공룡화석산지를 파묻고 공장을 짓는 일은 ‘밥 팔아 똥 사먹는 짓’이다
공룡화석산지를 파묻고 공장을 짓는 일은 ‘밥 팔아 똥 사먹는 짓’이다
  • 생활정치시민네트워크 진주같이 논평
  • 승인 2019.05.1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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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시는 이전보전 입장을 거두고, ‘공룡화석산지 원형 보존’ 입장을 밝혀라

지금으로부터 1억1천만 년 전, 전 진주지역은 공룡을 비롯해 수많은 고대 생명체들이 뛰어놀던 거대한 놀이터였다. 바다와 맞닿은 넓은 호수가 있었고, 부드럽고 기름진 흙이 있어 다양한 동식물이 자랄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정촌 퇴적 암반층에서 지금도 나오고 있는 공룡 발자국과 고대 생명체들의 흔적들은 1억 년 전 진주지역 식생 환경을 눈앞에 그려볼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진주의 공룡 발자국 화석들은 ‘세계 최고, 세계 최다, 세계 최고 밀집도와 선명도를 자랑하며, 연일 세계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8개 면 중 한 개 층에서만 8천여 점의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돼 세상 사람들을 깜짝 놀래키고 있다. 이미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공룡 전문가들도 진주에서 출토된 공룡발자국 화석들에 ’반갑고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며, 현장을 원형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진주시는 공룡화석들이 반갑지 않은 기색이다. 아직까지 공룡화석 산지에 대한 어떠한 공식적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진주시 소셜네트워크(SNS) 페이지에서도 한 마디 언급조차 없다.

22년 전인 1997년 진주 유수리에서는 백악기 공룡의 뼈와 이빨 화석, 발자국 화석들이 발견돼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도굴되거나 심각하게 훼손이 되고 있다. 2011년 혁신도시 조성과정에서 나온 익룡 발자국 화석을 전시하기 위해 지은 ‘진주익룡발자국 전시관’은 완공을 해놓고도 운영비 문제로 개관조차 못하고 있다.

세계 최다 규모로 발견된 정촌 화석산지에 대해서도 진주시는 현장보존 보다는 이전 보존 입장을 바라는 눈치다.

우리는 이러한 진주시의 소극적 태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정촌 뿌리산단 조성공사의 차질을 빌미로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면 더욱 실망스럽고 유감스런 일이다.

1억1천 년 만에 세상으로 나와 선사시대 역사를 고스란히 증명하고 있는 화석을 밀어내고, 그 땅에 공장을 짓는 일은 감히 말하건데 ‘미친짓’이다. 옛 속담을 빌어 말하자면 ‘밥 팔아 똥 사먹는 짓’이다.

세계 최대 규모 공룡발작국 화석을 제대로 보존해 관광자원화한다면 공장을 지어 얻을 수 있는 수익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경제유발효과가 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굳이 경제효과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1억년에 걸친 지구의 역사를 고스란히 증명하는 세계 최고 가치의 화석들을 어찌 돈으로 환산할 수 있겠는가.

진주 시민단체와 지역 언론은 지난 10일 문화재청을 방문해 현 상황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그 결과 정촌화석산지 원형 보존 여부는 토질 문제나 보존기술 문제 보다는 돈 문제라는 것이 확인됐다. 또한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주시의 의지’라는 것도 확인됐다.

하지만 문화재청에 따르면 진주시는 아직까지 정촌화석산지 보존방법에 대해 어떠한 의견도 표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오는 13일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촌 공룡화석 산지의 보존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이날은 발굴조사팀과 뿌리산단 주식회사, 진주시 관계자가 참여해 평가위원들 앞에서 입장을 밝히게 된다.

우리는 진주시가 이 자리에서 시민들의 여론을 수렴해 ‘정촌 화석 현지 원형 보존’ 입장을 분명히 밝힐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또한, 우리는 진주의 역사와 전통, 환경을 아끼는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정촌 화석산지가 원형 그대로 후손들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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